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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절 수행관 - 3 초기불교의 조도 수행

香積 2010. 10. 21. 07:35

3 초기불교의 조도 수행

조도(助道) 수행은 말 그대로 선정 수행을 보완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수행이다. 초기불교에는 이 조도 수행이 모두 일곱 종류의 37가지 조목으로 제시되어 있다. 즉 ① 사념처(四念處), ② 사정근(四正勤), ③ 사신족(四神足), ④ 오근(五根), ⑤ 오력(五力), ⑥ 칠각지(七覺支), ⑦ 팔정도(八正道)가 그것이다.

먼저 ① 사념처는 초기불교 수행의 기본 취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요점은 이렇다. 우선 신념처(身念處)에서는 숨쉬기 → 절도 있는 행동 → 지혜에 입각한 움직임 → 몸의 내용물에 대한 사유 → 몸의 구성요소에 대한 사유 → 묘지에 버려진 시체에 대한 관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몸의 속성을 잘 기억하여 몸 때문에 불쾌해 하거나 욕심내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수념처(受念處)는 괴로운 느낌과 즐거운 느낌과 그 중간의 느낌이 여러 군데서 발생하는데 그 느낌들이 발생할 때 느낌에 빠지지 말고 담담히 수용하여 즐거운 느낌이라고 욕심내지 말 것이며 괴로운 느낌이라고 불쾌해 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심념처(心念處)의 경우는 마음이 지니는 갖가지 상태에 있어서 그것을 다시 한번 반성함으로써 마음 상태에 따라 욕심내거나 불쾌해 하지 말도록 가르치고 있다. 끝으로 법념처(法念處)의 경우는 마음을 흐리게 하고 지혜를 약하게 하는 오개(五蓋)가 제거되었는지를 관찰하고 오온(五蘊)을 알아내고 십이처(十二處)를 알아내고 칠각지(七覺支)가 수행되었는지를 관찰하고 사제(四諦)를 알아내었는지 어떤지를 관찰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사념처는 신, 수, 심, 법의 네 가지 주제[四]에 있어서 그 처한 상황을 왜곡하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기억하고 반성하는 일[念]을 열심히 실천하는 것[處]을 설하고 있다.

그리고 ② 사정근은 수행자의 정진에 대한 강조로서, 수행자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덕목이 정진이므로 언제 어디에서라도 결코 게으르지 말고 정진할 것을 네 가지로 나누어서 거듭 강조하는 수행법이다. ③ 사신족은 수행자가 건강을 견지하면서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한 가르침이다. 의욕, 정진, 마음, 사유에 있어 한 가지 대상에만 집중하여 열심히 노력하면 생명을 유지하는 결합작용이 강화됨을 설한 것이다.

그리고 ④ 오근과 ⑤ 오력은 믿음, 정진, 기억, 삼매, 지혜의 근(根, indriya)을 성취하여 그 근으로부터 자유로히 역시 믿음, 정진, 기억, 삼매, 지혜의 힘[力]을 일으키는 것을 수행에 있어 최소한의 성취로 삼아야 함을 설한 것이다. 그리고 ⑥ 칠각지는 구차제정 중에 특히 색계사선을 성취할 때에 일어나게 되는 내적인 흐름을 염(念) → 택법(擇法) → 정진(精進) → 희(喜) → 경안(輕安) → 삼매(三昧) → 사(捨)의 일곱 과정으로 정돈하여 실제 수행자의 마음 속에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함으로써 선정 수행에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⑦ 팔정도는 구차제정의 수행 전체를 도와주는 수행법이다. 그리고 이 수행법은 37조도 수행 전체를 종합하는 것으로 정견(正見) → 정사유(正思惟) → 정어(正語) → 정업(正業) → 정명(正命) → 정정진(正精進) → 정념(正念) → 정정(正定)으로 되어 있다.

좀더 부연하면 첫째, 정견은 바른 견해다. 우리는 자신과 사물을 바로보아야 한다. 곧 이 세상은 항상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나 그 변화 속에 인과율, 인연의 법칙, 상의상관성 등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견해가 바르지 못할 때 그릇된 삶이 나타나며 그 결과 불행을 맞게 되므로 우선 바른 견해를 확립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정사유는 바른 사유다. 이것은 바른 견해에 입각해 바른 마음 자세를 지니라는 요청이다. 즉 바른 생각을 하고 바른 감정을 지니고 바른 의지를 발휘하여 남을 함부로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말아야 하며 자신의 주장을 무조건 고집해서도 안 된다. 오직 바르게 생각한 뒤 바른 느낌으로 바르게 주장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정어는 바른 말이다. 견해가 바르고 사유가 올바르면 바른 말을 하게 된다. 부드럽고 친절하고 뚜렷하고 진실한 말을 해야 한다. 누가 듣더라도 즐거워하고, 말하는 스스로도 뿌듯한 그런 말을 해야 하니 이것이 바른 말이다.

넷째, 정업은 바른 일이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이 정당해야 한다. 남을 해치거나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이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일을 통해 얻은 재물을 바른 곳에 써야 한다. 가족을 부양하는 데 쓰고 불쌍하고 어려운 자를 돕는 데 써야 한다. 벌기만 하고 바른 곳에 쓸 줄 모르는 일은 바른 일이 아니다. 수행이란 세속적인 직업을 완전히 떠나는 것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속적인 직업을 지녀서라도 바르다는 윤리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일을 하면 그것이 정업인 것이다. 실제 정업에 있어 업의 원어는 ‘카르마(karma)’가 아니고 ‘가르만타(karmanta)’인데 이 말은 단순한 행위로서의 뜻보다는 직업이라는 뜻을 오히려 강하게 내포한다.

다섯째, 정명은 바른 생활이다. 요행을 바라거나 부정한 수단으로 살려는 태도는 좋지 않다. 지나치게 쾌락에 빠지는 생활도 바람직하지 못하며 자신을 터무니없이 학대하는 생활도 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생활하는 자세가 반듯하고 솔직하고 곧아서 맑은 거울과 같아야 한다.

여섯째, 정정진은 바른 노력이다. 그릇된 생각이나 생활을 버리고 올바른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다른 사람들도 깨우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렇게 꾸준히 노력함으로써 우리의 삶이 발전하고 새로운 삶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일곱째, 정념은 바른 기억이다. 정념을 바른 생각이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많으나 바른 생각은 정사유에 해당한다. 이 바른 기억이란 바른 길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을 항상 마음 속에 새겨 두고 잊지 않는 것이다. 늘 좋은 것, 바른 것을 마음에 넣어 두면 우리는 어느 틈에 좋고 바르게 변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불교에서는 쉴 때마다 염불하라고 했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다. 늘 부처님을 마음 속에 잊지 말고 새겨 두어 기억하는 행위가 염불인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도 서서히 부처님처럼 거룩하고 행복한 존재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덟째, 바른 정정은 바른 삼매, 바른 집중이다. ‘정신이 하나로 집중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그럴 때 불교의 집중은 앞 항목에서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단순한 정신만의 집중이 아니라 정신과 육체가 혼연 일체를 이루어 심화되어 나가는 집중이요, 삼매다.

이처럼 팔정도의 가르침은 지극히 평이한 듯하면서도 세간과 출세간을 다 포함하고 있음을 볼 수 있고 출가와 재가를 다 아우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진정 부처님이 되고자 한다면 먼저 벽지보리의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벽지보리의 깨달음을 얻으려면 초기불교의 수행을 해야

한다. 그럴 때 초기불교의 수행은 구차제정이라는 선정 수행을 핵심으로 한다. 그런데 구차제정의 핵심은 삼매다. 따라서 삼매를 바르게 성취할 때 구차제정이 바르게 성취되고 초기불교의 수행이 바르게 성취되며 벽지보리의 깨달음이 얻어지고 진정 부처님이 되는 길이 가까워진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바른 삼매에 들 수 있는가? 바로 37조도법의 종합인 팔정도가 그 길이다. 즉 바른 견해가 있을 때 바른 사유가 있고 바른 사유가 있을 때 바른 말이 있고 그럴 때 바른 일이 있고 그럴 때 바른 생활이 있고 그럴 때 바른 노력이 있고 그럴 때 바른 기억이 있고 그럴 때 바른 삼매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팔정도로 대표되는 37조도법을 통하여 범부에서 성인으로 ‘됨‘이 더욱더 확실해짐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