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부

세상 모든 일을 한번 쉬어라(하)

香積 2020. 10. 2.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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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일을 한번 쉬어라(下)/혜암스님

한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물었다. “스님의 선풍禪風은 무엇입니까.” “안으로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고 밖으로는 구할 게 아무 것도 없다.” 본분사에 무엇이 붙겠습니까. 백 번을 말해도 다 똑같습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 “거지가 오면 우리는 무엇을 주어야 합니까.” “거지에겐 부족한 게 없네.” 아무 것도 없는, 욕심도 계획도 없는 거지에게 무슨 부족한 게 있겠습니까. 알고 듣고 보면 멋진 말입니다. 한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물었다. “우주만물宇宙萬物과 벗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는 사람이 아니다.” 분별하자면, 우리 주인공은 법신이 아닙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은 육신입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부처는 어떤 분입니까.” “너는 누구냐.” 바로 가르쳐 주는 말입니다. 나를, 너를 떠나 부처가 어디에 있습니까. 언제나 속아선 안 됩니다. 절을 하더라도 속아서 하는 절은 안 됩니다. 보명불, 보광불, 도정불,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약사여래불, 화신은 사람이 만든 말이지 부처가 아닙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부처는 여러분 마음 밖에 없습니다. 이를 모르니 참선이 흔들립니다.남에게 좋다. 나쁘다는 말을 들으면 무엇 할 것입니까. 방장을 하고 종정을 하면 뭐 합니까. 참 우습습니다. 대중을 위해 거짓으로 연극하는 것이지 무슨 값이 있습니까. 실력이 없으면 방장도 종정도 화살같이 지옥에 갑니다. 공부가 최상이니, 남부러워할 것 없습니다. ‘이 뭣고’ 말고는 모두 연극입니다. ‘이 뭣고’를 제외하고 하는 일은 모두 마업을 짓는 것입니다. 마업을 짓는 사람은 생사죄를 짓는 사람들입니다. 도를 떠나선 옳은 일도, 착한 일도 모두 죄짓는 일입니다. 착한 일을 할수록 나고 죽는 번수만 많아집니다. 하는 것 없이 해야지, 내가 착한 일을 한다는 생각, 곧 망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먼저 지옥에 가야 합니다. 이런 생각을 분명히 알고 ‘이 뭣고’를 하면 안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원수, 도둑놈 편을 들어 주니까 화두가 안 됩니다.제자 한 사람이 죽어 장사葬事 지내는데 조주趙州도 장례행렬葬禮行列에 끼어 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수많은 죽은 사람이 단 하나의 산 사람을 따라가는군.”

여기 법당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눈으로 볼 때, 네가, 내가 있고 여러 사람이 있는 것이지 모두 허수아비입니다. 사람을 봐도 사람이 아닌 줄을 알아야 합니다. 많으면 많은 데에 집착하여 끄달려 가지고 언제 공부하겠습니까. 분심, 분한 마음이 좀 있어야 합니다. 여러 사람이 하는 일도 아무런 값이 없습니다. 여러 사람이 떠들고 있으니 값 있는 줄 알고 그것에 또 흔들립니다. 여러 사람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꿈 속의 여러 사람이지, 모두 허수아비입니다.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 이 자리에서 날마다 몇 천 명씩을 때려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말씀을 부처님도, 도인들도 했습니다. 도 닦는 사람이 제일이요, 왕입니다.

조주趙州스님의 일상생활日常生活은 대단히 금욕적禁慾的이었다 하고, 사십년四十年동안 한번도 새 가구家具를 들여 놓는 적이 없고, 신도信徒들에게 시죽施主를 권하는 일이 없는, 아주 수완手腕이 없는 주지住持였던 것입니다.

조주스님 같은 이는 공부할 때 다른 것은 모릅니다. 다리가 모두 부러진 선상禪床을 짊어지고 다니면서도 고칠 새가 없었습니다. 지금 스님네들은 공부가 되지 않는 것은 걱정하지 않고 애써 상을 고치려고 합니다. 공부 잘하는 사람은 손톱 깎을 새가 없어요. 그렇게 공부들을 해봤습니까. 양심에 참괴심이 있어야 합니다. 도 밖에 모르니 도를 깨쳤겠지 하는 데에서 발심을 내야 하는데, 법문을 들어도 그 자리, 책을 봐도 그 자리이니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천하 사람들이 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것은 추醜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착한 것을 착하다고 여기는 것은 착하지 않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덥다고 느끼는 것도 추운 것이 있기 때문이고 나쁜 것도 좋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나보다 못한 사람이 있으니까 내가 대접을 받고 편히 살 수 있는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얕보지 말아요. 그 사람이 아침 저녁으로 이익을 주므로 내가 살 일이 생겨 나는 것입니다. 모든 법이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한 가지에 집착하지 마세요. 한 가지에 집착하니까 시비가 생겨 나고 해결이 안 되는 것입니다. 널리 보고 사십시오. 그런 까닭에 유有와 무無가 서로를 낳고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이 서로를 만들며 긴 것과 짧은 것이 서로 겨루고 높은 것과 낮은 것이 서로 견주며 목과 소리가 서로 어울려 조화를 이루며 앞과 뒤는 서로가 서로를 따르는 것입니다. 이렇게 대립對立되는 짝들은 모두 상대세계相對世界의 번뇌망상煩惱妄想의 괴로운 일입니다. 시회대중時會大衆은 속히 확철대오廓撤大悟하여 원융무애圓融無碍한 중도中道에 입각立脚하여 남과의 대화對話에서도 밖으로는 현상現狀에 초연超然하며 안으로는 공空 가운데 공空을 초연超然한 것입니다. 만일 현상現狀에 집착執着하면 어리석은 생각生覺만 늘어날 것이고 공空에 집착執着하면 어둠의 구렁으로 더 깊이 빠질 것입니다.개인도 단체도, 오늘, 지금만 좋으면 된다는 이런 허물이 많습니다. 처음이 없으면 끝이 어디 있을 것이며, 원인이 없으면 결과가 어떻게 있을 수 있습니까. 그러니 첫발이 발라야 됨을 명심해야 됩니다. 지금의 일로 생각하지 말고, 이 일이 무량겁으로 연행됨을 알아야 합니다. 성냥불이 집을 태우는 것과 같이 작은 일, 큰일을 따로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 모든 일을 한번 쉬어라
한평생 일이 꿈속이로다
조주는 만사를 쉬고
그 때에 어리석은 사람을 찾았을 뿐
萬事無如退步休하라
百年虛幻夢中軀로다
趙州不時爭胡餠하야
要使時人劣處求를

조주스님의 말씀입니다. 세상 모든 일을 한번 쉬어라. 이때 쉬지 않으면 언제 쉴 것입니까. 번뇌망상으로 이렇게 애를 먹는데, 이 세상, 이 몸을 가지고 쉬지 않으면 이 병통을 언제 고칠 것입니까. 남에게 모두 져 주세요. 죽은 셈 치고, 나오지 않은 폭 잡고 말입니다. 그러면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남을 이기려고 하지 말아요. 이 세상엔 옳은 일, 잘한 일 하나도 없습니다. 대중 생활을 하려니까 옳고 그른 것을 찾을 뿐이지 마음으로 집착해 시비를 찾으면 그 사람이 먼저 지옥에 가야 합니다. 남을 도와 주는 일도 꿈속에서 도와주는 것입니다. 몇 푼어치 되지 않습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됩니다. 모든 일이 꿈 아닌 일이 없습니다. 허망한 일입니다. 조주스님은 ‘이 뭣고’도 망상이라고 했지만, ‘이 뭣고’는 이 방안에 들어오는 문고리를 잡는 것과 같습니다. 문만 열면 극락입니다. 화두 당처가 부처님 마음자리입니다. 손등과 손바닥이 붙어 있는 것처럼, ‘이 뭣고’ 자리가 불심 자리입니다. 이 세상에 똑똑한 사람처럼 불쌍한 일이 없습니다. 세상일을 잘하려고 하는 일은 똥을 가지고 금을 만드려고 하는 것이며, 진흙을 가지고 백옥을 만드려고 하는 것인데, 그것이 되겠습니까. 세상일엔 옳은 일이 없습니다. 부끄러운 줄 알고 살아야 합니다.

#혜암스님

2007.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