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기도
기도(祈禱)란 일반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거나 부족한 점을 얻기 위해 신이나 그 밖에 신비한 힘에 의지하여 간절하게 비는 것을 말한다. 불교에서도 이런 차원의 기도를 인정한다. 부처님의 가피(加被)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바라는 바를 성취하는 것이다. 가피란 부처님의 중생 구제에 대한 원력과 연민이 작용하여 부처님의 은혜를 입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내가 바라는 바를 부처님의 가피를 입어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기도 공덕의 힘은 참으로 크다. 부처님 앞에 모든 자신의 가치 판단을 내려놓고 간절하게 일심으로 구하면 기도는 이루어진다.
또한 불교에서 기도는 권청(權請)이라 하여, 모든 중생들이 어리석은 마음을 떨쳐 버리고 하루 속히 지혜의 눈이 열리도록 부처님께 청하는 의식으로 정의된다. 거기에는 빠른 깨달음을 성휘 하여 모든 이웃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회향하겠다는 서원의 의미가 들어 있다. 다시 말해서 불교의 기도에는 나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중생들과 더불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겠다는 다짐의 의미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원으로서의 기도, 다짐으로서의 기도는 그런 다짐이 부처님의 가피로 더 굳세고 튼튼해져 쉽게 좌절되지 않는다는 데 그 진정한 의미가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기도가 성취되면 업장이 소멸되어야 한다. 업장의 소멸은 내면의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어쨌든 외부를 향한 기도가 점차적으로 내부지향적으로 바뀌어 가고, 궁극적으로는 '일념에서 무념으로' 진전되어 나아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의 업장이 소멸되고, 업의 뿌리가 바뀌고, 내 몸과 마음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고, 하나하나의 마음가짐과 행동거지가 진리와 자연스럽게 일치되어야 한다. 기도를 통해서 참된 성품 을 개발하고 진리와 만나며, 결국에는 깨닫게 된다면 이는 수행과 연결되는 것이다.
기도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의지하며 이 생명 다하도록 실천하겠다는 깨끗한 마음에서부터 생긴다. 기도를 통해서 나와 이웃 그리고 모든 중생들에게 불보살님의 공덕이 함께하기를 서원하고, 또한 자신의 편협한 마음을 부처님 마음으로 되살리는 것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기도는 진정한 자기와 이웃의 만남을 뜻한다.
따라서 기도의 마음가짐에서 무엇보다중요한 것은 자기 부정이다. 즉 내 힘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이 적을수록 기도는 오히려 잘 된다. 무아가 되어 오직 모든 것을 부처님께 맡겨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잘되고 못 되고 까지도 부처님께 맡겨버릴 수 있다면, 이미 성취한 기도라고 할 수 있다. 자기를 비우는 이러한 헌신적인 기도를 통해 모든 업장은 얼음 녹듯 녹아내린다.
3) 기도와 수행의 마음가짐과 절차
기도는 넓은 의미에서 수행이든, 수행할 때는 온 몸과 마음을 다해야 한다. 오로지 하나의 대상에 정신을 집중하여 전심전력으로 매달려야 한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듯이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온 몸과 마음을 다할 때 삼매의 상태에 이르고, 그 삼매의 상태에서 부처님의 가피를 받아 업장을 녹이기도 하며, 스스로 지혜를 발견하여 업장을 녹이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모든 생명을 기울일 정도로 확신을 가지려면 부처님 법에 대한 확실한 이해와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결정적인 믿음이다. 반신반의하는 믿음이 아니다. 과연 수행의 결과가 제대로 나타날까, 기도가 이루어질까 하고 물러서는 마음이 든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불교도 모르고 불보살님이 어떠한 분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기도하고, 그래서 기도나 수행이 성취된다 한들 그것은 분명 불교의 수행과 기도가 아니다. 오로지 불보살의 가르침에 대한 확실한 믿음과 그 가르침대로 행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마음을 품어야 우리는 온 몸과 마음을 다할 수 있으며, 삿된 길로 빠지지 않는다. 올바른 믿음과 정견의 확보,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주변의모든 이웃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의 모든 중생이 나와 한 몸임을 알고 그들 모두에게 평화와 안락이 깃들기를 바라며 누구에게도 원망이나 미움을 갖지 않아야 한다. 이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수행에 임할 때 참다운 공덕이 쌓이는 것은 물론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방법으로 수행하는 것이 좋다.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것은 지ㅗㄱ적으로 같은 자리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늘은 여기 내일은 저기에서, 이 시간에도 했다가 저 시간에도 했다가 해서는 수행이 진전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규칙적으로 낼 수 있는 시간을 정해 놓고 하는 것이 좋다. 장소도 가급적이면 가까운 법당이나 가정의 한 곳을 정결 하게 단장하여 동일한 자리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좋은 방법은 가정에서 지장을 받지 않고 행할 수 있는 편한 시간과 공간을 정해 정기적으로 수행하면서 법당에서의 수행을 병행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 번 더 나간다면 길을 걷거나 차를 타거나 누구를 기다리면서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마음을 지켜보고, 기도 . 수행의 고삐를 놓지 않을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람직한 것은 없을 것이다.
기도나 수행을 할 때는 몸과 마음의 자세와 호흡이 중요하다. 우선 일정한 장소에서 수행하고자 할 때 앉는 자세부터 바르게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앉는 자세는 두 무릎을 꿇고 앉는 방법을 취하며 그 밖에는 결가부좌(結跏趺坐)나 반가부좌(半跏趺坐) 를 선택해서 앉으면 된다. 옷차림도 편안한 복장이 좋을 것이다.
앉는 법을 강조하는 것은 바른 자세에서 바른 호흡이 나오기 때문이다. 호흡이 중요한 이유는 호흡이 안정되어 있을 때 자연히 정신도 안정되어 쉽게 수행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면서 수행을 하다 보면 호흡은 자연스레 안정이 되기 때문에 너무 호흡에 의식할 필요는 없다.
기도, 수행의 절차로는 부처님 말씀을 통한 정견의 확보, 믿음 또는 귀의, 참회, 발원, 각자가 택한 수행법, 그리고 회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회향 하면서 발원을 다시 새길 수도 있다.
|
'◀불교입문▶ > ------불자의 신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기도 및 수행의 종류 1)절 (0) | 2009.07.30 |
---|---|
5) 발원 (0) | 2009.07.30 |
4) 참회 (0) | 2009.07.30 |
1. 수행과 기도 (0) | 2009.07.30 |
제5장 불자의 신행 신행생활 (0) | 2009.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