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길에서 만난 사람들
1) 급고독장자의 기원정사 건립 죽림정사와 함께 불교 2대 정사로 꼽히는 기원정사(祈園精舍)는 사위국의 부유한 상인인 급고독장자가 부처님께 기증한 절이다.
급고독장자는 마가다국의 친구 집에 들렀다가 부처님의 이름을 듣고 전율을 금치 못 하였다. 그는 부처님을 찾아가 설법을 듣고 크게 감화를 받아 고향으로 부처님을 초대 하였다. 그 후 우려곡절 끝에 건립된 기원정사는 불교의 거점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였다.
급고독장자는 평생 동안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었으며, 마음 속 깊이 부처님을 향한 신심을 품은 재가불자이다. 그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이 따랐다. 부처님은 그런 급고독장자에게 대중들을 거느리는 네 가지 방법인 보시하고, 다정한 말을 건네며, 이로운 일을 하고, 함께 일을 하는 사섭법(四攝法)을 갖춘 사람 이라고 칭찬을 끼지 않으셨다. 그는 재가불자의 가장 완벽한 본보기로 경전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2) 똥치기 니이다나를 만나다 인도 사회는 예나 지금이나 신분제도가 매우 엄격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성제 도이다. 이 네 가지 계층에도 들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 사위 계급의 사람들 은 부정 탄다 하여 그들과 접촉을 아예 금하고 있었다. 똥치기 니아다나는 바로 그런 불가촉천민이었다.
어느 날 아침 부처님은 그런 니아다나에게 다가가셨다. 그는 부처님이 다가 오자 당황 하여 이리저리 피해 다니다가 결국 등에 지고 있던 오물을 쏟고 말았다. 부처님이 니아다나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일부러 그대를 찾아 왔는데 나를 피해 어디로 가려하느냐?" "제 몸이 더워 감히 부처님을 가까이 할 수 없습니다. 저 같은 천 하디 천한 죄업 중생도 도를 얻을 수 있습니까?"
그러자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내가 헤아릴 수 없이 오랜 세월 동안 수행하면서 부처가 된 것은 바로 죄업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을 위해서이다"<출요경>제19권
교단에는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올곧게 수행하여 깨달은 이들이 많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가 전생에 무엇을 했으며 어떤 팔자를 타고 났는가 보다는 현재 그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가를 가장 중시하기 때문이다
3)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주리반특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면 머리가 좋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부처님 당시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 제자로 승단에 들어왔으니, 그의 이름이 주리반특이다.
그는 너무 머리가 나빠서 아무리 간단한 가르침을 주어도 단 한 마디도 외우지 못 하였다. 결국 사람들의 조롱을 받고 승단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자신의 처지가 가여워 슬피 우는 주리반특에게 부처님은 빗자루를 건네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제부터는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먼지를 털자'라는 말만 반복해서 외워라' 주리반특은 그날부터 오직 '먼지를 털자'라는 말만 반복해서 외웠다. 하지만 머리가 나빠서 '먼지'를 생각하면 '털자'라는 말이 생각나지 않았고'털자' 라는 말을 생각 하면 '먼지'라는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열심히 그 두 단어만 생각한 결과 그는 먼지 가 마음속의 번뇌를 가리키며 털어낸다는 것은 오직 지혜를 닦음으로써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서서히 뛰어난 경지를 향해 다가갔던 것이다.
진리를 깨우치는 데에는 머리가 좋고 나쁜 것이 중요하지 않으며, 자신의 온 몸과 마음으로 절실하게 체험해야만 가치가 있고 그것만이 성자의 길에 제대로 들어가는 길임을 부처님은 가르쳐주신 것이다.
4) 희대의 살인마 앙굴리마라 앙굴리마라는 스승의 아내의 모함으로 스승에게 무시무시한 지시를 받았다 "백 명의 사람을 죽여서 그들의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들어라. 그리면 그대는 가장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다"
너무나 순수했던 앙굴리마라는 스승의 지시를 어길 수가 없었다. 그는 이내 칼을 들고 거리로 나섰으며 결국99명의 목숨을 빼앗고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 백 번째 희생자로 자신의 어머니를 해치려고 하였다. 그 순간 부처님이 그곳에 나아가서 앙굴리마라의 끔찍한 살인을 막았다.
희대의 살인마를 잡기 위해 당시 군대까지 동원될 정도였지만, 부처님은 평온하고 담담한 모습으로 알굴리마라의 손에 융기를 내려놓게 하였다. 그리고 그를 제자로 받아들여 진리 속에서 다시 태어나게 하셨다.
출가 후에 탁발을 하러 나간 앙굴리마라는 사람들의 모진 비난과 매질을 받아야 했지만 자신의 죄업에 대한 과보로써 기꺼이 받아들였고, 완전한 참회를 통해 새롭게 수행자의 길을 걸어갔다
아무리 극악무도한 죄인이라 할지라도 누구나 부처의 성품을 지니고 있는 귀한 목숨 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준 사례이다.
5) 물싸움을 조정하다 부처님의 고향인 카필라와 이웃 부족인 콜리야는 히로니강을 사이에 두고 사이좋게 물을 끌어다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 가뭄이 계속되자 양쪽 부족 사람들은 물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해 강물의 소유권을 주장 하게 되었다. 처음 에는 몇 사람의 입씨름에서 비롯된 싸움이 급기야 군대까지 동원되기 이르렀다. 이 소식을 접한 부처님은 서둘러 분쟁지역으로 달려가셨다 그리고 이렇게 물으셨다.
"그대들은 물과 사람 중에 어느 쪽이 더 소중하오?" "물보다 사람이 훨씬 소중 합니다" "그런데 물 때문에 소중한 사람의 목숨을 버리려고 합니까? 그건 옳지 못한 일입니다. 부디 마음속에 원한을 품지 말고 살아가시오. 원한을 벗고 고뇌도 벗고 탐욕도 벗어 놓고 살아가시오"
부처님의 중재로 싸움은 끝났다. 하마터면 피로 물들 뻔 한 로히니강은 다시 두 부족의 소중한 식수원이 되었다.
부처님은 세속의 이해관계를 완전히 떠난 분이셨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의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먼 곳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현명하게 중재를 하셨고 이런 부처님의 교화로 인해 사람들은 마음속에서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라 는 삼독의 불길을 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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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부왕의 임종 부처님 당시에는 가장 높은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는 출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가족과 집안의 소중한 인연을 소홀하게 여기기 십상이었다.
부처님이 고향을 방문하였을 때 카필라국의 왕족들이 부처님께 귀의하여 출가하였다. 홀로 남은 정반왕은 쓸쓸하게 여생을 보내야 했고 노년에는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부처님은 그 당시 마가다국에 머물고 계셨는데 부왕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자 한걸음에 고향으로 달려가셨다.
임종을 앞두고 사랑하는 아들을 만난 정반왕은 부처님께 자신을 극락세계로 인도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부처님은 부왕의 이마에 손을 얹고서 고요한 목소리 로 이렇게 축원하셨다 "걱정 하지 마십시요. 부왕의 덕은 청정하며 마음의 때도 없어 졌습니다. 조금도 걱정하거나 괴로워 마십시오. 지금까지 들어온 진리와 선행을 기억해 내십시오.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십시오"
정반왕은 아난과 손자인 라훌라를 비롯한 뛰어난 수행자들에게 둘러싸여 부처님의 손을 잡고 평온하게 숨을 거두었다.
부처님은 후세에 사람들이 포악해져 부모의 은혜를 저버리는 불효자들이 많이 생길 것을 우려해, 몸소 부왕의 관을 메고 화장터로 가려 하셨다. 그 때 하늘의 신들이 부처님의 뜻을 알고 부왕의 관을 자신들이 메기를 청하였다. 그리하여 부처님은 향로를 들고 관 앞에 서서 화장터로 향하였다<불설정반왕열반경>
7) 귀한 인연을 놓친 사람들 부처님은 누구를 만나든 단 한사람도 놓치지 않고 법을 설하셨다. 그러나 경전에서는 종종 아쉽게도 귀한 인연을 놓친 사람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직후 녹야원의 다섯 수행자를 만나러 가기 직전에 우파카라는 이교도를 만났다. 우파카가 부처님께 물었다 "당신의 얼굴이 매우 환하게 빛이 납니다. 대체 어느 분 밑에서 수행을 하십니까?" 부처님이 대답했다 "나는 모든 것을 이긴 자요, 모든 것을 안 자 이다, 나를 견줄 만한 자도 없고 나를 가르친 자도 없다, 나는 깨달은 자(부처)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파라는 "어 그래요?" 라고만 대답하고 지나쳐 가버렸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 그 나라에 80세가 된 부자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관찰해 보니 이 사람은 그날이 다 가기 전에 세상을 떠날 목숨이었다. 하지만 노인은 그런 줄도 모르고 열심히 집을 증축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부처님이 그를 찾아가서 물으셨다. "노인장 얼마나 고생 스럽습니까? 그런데 지금 이 집들은 누가 살려고 이렇게 화려하게 증축하십니까?" "사랑채는 손님용이고, 별당은 내가 살려고 합니다. 그리고 식솔들을 모두 모아서 각각 방을 하나씩 줄 것이고, 하인들이 잘 방도 마련 중입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말씀 하셨다 "노인장 이름은 익히 들어 왔습니다. 마침 생사와 관련된 중요한 게송이 하나있어 들려주고 싶은데, 잠깐 일을 멈추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아 제가 지금 너무나 바쁩니다. 뒷날 다시 오시면 그 때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요"
노인은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부처님의 설법을 거절하였다. 부처님께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그곳을 떠나셨고 잠시 후 노인의 머리 위에 서까래가 떨어져 노인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법구경비유품>
불교는 그 무엇보다도 자발성을 강조하는 종교이다. 자신에게 생로병사의 현상이 일어 나고 있으며, 아무리 채워도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음을 스스로 깨닫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법문을 들어도 단지 듣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 법문이 자기 것이 되고 내면에 커다란 변화가 생길 때까지 끊임없이 생각 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부처님은 그런 진정한 자기를 찾아가는 갈의 안내자 일 뿐 나를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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