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부

태고보우선사의 태고암가(太古庵歌)

香積 2020. 8. 1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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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암가(太古庵歌) / 태고보우

내 머무는 이 암자 나도 알지 못하노라. 깊고도 깊으며 울창한 나무들 사이 산중에 자리하였으나 막힌 곳이 없도다. 하늘과 땅 한 치도 어긋남 없이 맞물리어 앞뒤도 없으니 동서남북 사방 어디에도 머물지 아니하는도다. 붉은 기둥 옥으로 올린 화려한 전각 마주서지 아니하였고 소실(少室: 달마 대사가 정진하던 토굴)의 청정한 가풍 내 따르지 아니하였으되 팔만 사천의 법문을 태워 파하였으니 구름을 벗어난 어느 청산이 푸르겠는가.

산마루 흰 구름 희고 또 희며산중 흐르는 맑은 샘물 방울져 떨어지니 흰 구름의 자태 그 누가 살필 줄 알겠는가. 비오다 개이고 번개가 울어대듯 떨어지는 샘물 소리 그 누가 알아듣겠는가. 흐르는 샘물은 그저 천만 굽이 돌고 돌며 쉬지 않고 흐를 뿐이로다

한 생각 일기 전 이미 잘못되었거니 또 다시 입 열면 그대로 어지러울 뿐이로다. 봄비와 가을 서리, 몇 해나 지났는가.
아, 부질없이 오늘을 헤아리겠는가 맛이 있건 없건 그저 먹으며 누구든 제 마음가는 대로 먹도록 두는 도다운 문의 떡이거나 조주의 차1)라 해도 이 암자 맛없는 음식만 하겠는가.

본래 그러한 옛 가풍누가 있어 그대와 그 기특함을 논하겠는가. 한 가닥 털 끝 위의 태고암 넓어도 느슨하지 아니하고 좁아도 궁하지 아니하네. 한량없이 많은 세계 그 가운데 들었으며 신묘한 그 경계 하늘을 찌를 듯 드높으니 삼세 여래 부처님도 알지 못하고 역대 조사들도 벗어나지 못하도다. 어리석기 그지없고 말도 잘 못하는 암자의 주인공이여 내키는 대로 행하니 도리에 따르는 바가 전혀 없네 청주(淸州) 의 다 헤진 베옷 입고 등나무 그늘 가운데 절벽을 기대어 있도다. 눈 앞에는 법도 없고 사람도 없으니 아침 저녁으로 그저 푸른 산을 대할 뿐이로다. 멍하니 일 없이 이 노래를 읊노니 서쪽에서 온 가락이 더욱 확연하도다. 광대한 우주에 그 누가 있어 내 노래에 화답하겠는가. 영취산과 소실(少室)은 서로 부질없이 박수를 치는도다. 아! 그 옛날 현 없는 가야금을 뉘라서 가져와지금 구멍 없는 피리를 부는 내 곡조에 답하겠는가. 태고암 가운데 옛 일을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그 옛 일은 오직 지금 눈 앞에 밝게 드러나는도다. 백 천 가지 삼매가 그 가운데 있어 인연에 응해 온갖 것을 이롭게 하면서도 늘 고요하도다. 이 암자는 늙은이만 머물지 않는도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 조사들이 그 경지를 같이 하는도다. 결정코 말하노니 그대 의심하지 말지어다. 지혜나 알음알이로 헤아리기 어렵도다.

2005. 11.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