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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생애 [2], 제2부. 깨달음의 여정들

香積 2009. 10. 3. 14:36

Ⅱ부. 깨달음의 여정들                               

    제5장  라훌라의 탄생과 태자의 출가 / 
           아노마 강을 건너서 / 
           출가 사문의 길 / 
    제6장  스승을 찾아서 / 
           고행림에서 오랜 고행을 / 
           안락과 고행의 적절한 조화 / 
    제7장  수자타의 공양 / 
           길상초를 깔고 앉아 / 
    제8장  마왕 파순의 무리들 / 
           깨달음에 이르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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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부. 깨달음의 여정들


제5장


[라훌라의 탄생과 태자의 출가]

  서로가 헤어진다는 것. 또한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며 늙지 않을 수 없고, 병고에서 벗어날 수조차 없는 인간 조건들을 직시해 왔던 싯달타태자. 더 이상 어떤 결정을 넘겨버릴 수 없는 시기가 다가왔을 때, 세월은 흘러 싯달타태자와 야쇼다라가 결혼한지도 어언 10년이 흘렀습니다. 이렇듯 많은 시간이 흘러가 버리자 이제 더 이상 출가의 시기를 늦춰서는 안되겠다는 방향으로 태자의 심정은 굳혀져가고 있었습니다.

  야쇼다라에게서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은 바로 그때였습니다. 그것은 마땅히 기쁜 소식이었어야 할 것임에도, 그 말을 듣자마자 태자의 마음 속에는 깊은 탄식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는 외쳤습니다.

  "라훌라!"

  라훌라라는 말은 '장애물' 또는 '방해자'라는 뜻으로, 아들의 탄생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출가에 크나큰 장애가 생겨날 것을 생각하여 그렇듯 탄식하였던 것입니다. 여하튼 이렇게 하여 아이의 이름은 '라훌라'라 불리워지게 되었고, 이 이름에 태자비 야쇼다라는 야속함과 함께 그 어떤 운명적 슬픔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태자 자신도 한순간 출가를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내와 자식을 돌보아야 한다는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이 은연중 태자의 마음을 짓눌렀던 것이고, 더구나 나이든 정반왕의 뒤를 이어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태자는 많은 번민에 시달렸으며, 주체할 수 없을 정도에까지 자신 감정이 함몰되어짐을 느낄 수 있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 태자는 출가에 대한 최종적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태자의 나이 29살이 되던 해 2월 8일, 저녁내내 계속되었던 향연에 지쳐 궁전의 모든 시녀들은 여기저기에 쓰러져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멀찌기에는 침상 위에 누워 있는 야쇼다라와 어린 라훌라의 모습이 눈에 비쳐오기도 하였습니다. 가엾게 느껴지는 그들 모습을 뒤로 하고서 태자는 방을 나와 밖으로 향하였습니다.


[아노마강을 건너서]

  밖을 나오자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내리비추고 있었고, 환히 빛나는 달빛 아래 모든 것은 은백색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태자는 마부 챤다카가 머물고 있는 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는 그를 깨워 말하였습니다.

  "나는 지금 먼 길을 떠나고자 한다. 어서 말[馬] 칸타카를 데려와 떠날 준비를 하도록 해라."

  마부 챤다카는 무언가 태자의 심중을 헤아려볼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의 엄숙하고 비장한 모습에 눌려 결코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었습니다. 챤다카는 태자가 가장 아끼던 말 칸타카를 조용히 끌고 왔습니다. 말에 올라탄 태자는 말하였습니다.

  "이별이란 인간에게 있어 어찌할 수 없는 숙명적인 것이다. 흔히 세상 일이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나, 집을 떠나 출가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이다. 그 어려운 일을 나는 오늘에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어찌 생각하면 나의 출가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적인 것 같구나."

  챤다카가 열어젖힌 성문을 나오며 태자는 위 없는 깨달음을 얻어 붓다가 되기 전에는 결코 이 문으로 되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굳게 맹세하였습니다.

  카필라성을 떠난 태자는 동쪽을 향해 길을 나아갔습니다. 이제 그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은 오직 마부 챤다카 뿐이었습니다. 동녘하늘이 훤히 터오고, 아누피야 숲을 흐르고 있는 아노마강을 건널 때까지 마부 챤다카는 말의 꼬리를 손에 쥔 채 그저 묵묵히 태자를 따라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출가사문의 길]

  이윽고 태자는 숭고하다는 뜻의 이름을 지니는 강(江), 아노마강을 건넜습니다. 이른 새벽, 강가의 상쾌한 바람이 태자의 머리를 스치고 있었습니다. 태자는 몸에 걸치고 있던 장신구를 벗어 챤다카에게 주었습니다.

  "이 장신구를 아버지 정반왕에게 전해다오. 그리고 나 싯달타는 세속적 욕망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으며, 단지 생사윤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나의 길을 나선 것이라고 전해다오. 이제 나는 영원한 진리를 찾아 구하는 출가사문이 되었노라."

  말을 마친 태자는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꺼내 스스로 머리를 잘랐습니다. 그리고는 마침 출가사문의 옷, 가사를 입고 지나가는 사냥꾼이 있어 그가 입고 있는 옷과 자신의 옷을 바꾸었습니다. 몸에 '가사'를 입고 있는 사문은 결코 짐승들이 해치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윽고 출가사문으로서 모든 외양을 갖춘 태자는 이제 챤다카에게 돌아갈 것을 명한 채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누구나 홀로 태어나 홀로 죽어가는 것. 어찌 나고 죽음을 같이 할 수 있겠는가. 모두가 나고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괴로움을 지니고 있는 채, 누가 어느 누구의 벗이 되어질 수 있단 말인가. 이제 나는 나의 모든 괴로움을 끊어 없애고자 한다. 내가 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나는 모든 사람들의 진정한 벗이 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제6장


[스승을 찾아서]

  아름다운 숲속, 챤다카를 떠나보낸 싯달타태자는 숲속 적당한 장소를 찾아 가부좌를 한 채 좌선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심한 갈증과 배고픔, 그리고 어느 날엔가는 극심한 추위를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굳은 신념을 가진 채, 싯달타는 꼬박 그 자리에 앉아 자신의 참구에만 몰두하였습니다. 극심한 배고픔이 생겨날 때면 그저 흐르는 냇물에 입을 적셨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깨달음이란 그리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싯달타는 생각하였습니다. 또한 혼자서 진리를 구하는 것보다는 많은 훌륭한 사람들의 가르침을 받는 것이 더욱 현명할 것이라 생각되기도 하였습니다.

  싯달타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승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스승을 찾아 나서는 노정 가운데 그는 아느야숲에서 많은 제자들을 거느린 바르가바선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영혼과 육신으로 이루어진 인간에게 육신은 해탈을 방해하는 것이라 말한 채, 육신을 괴롭혀 육신의 결박으로부터 영혼을 해방시킬 것을 설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싯달타가 만나본 그의 제자들은 남이 흉내낼 수 없을 정도의 어려운 고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는 혹심한 고행을 하고 있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존경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고행을 참아내는 일로서 수행을 삼고 있는 듯 .....

  그래서 싯달타는 바르가바선인에게 물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같은 고행을 일삼는 것입니까? 이같은 고행을 거쳐 장차 천상에 태어나고자 하는 것입니까?"

  또다시 싯달타는 물었습니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 괴로움을 참아낸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하여 천상에서의 즐거움이 모두 끝나면 또다시 육도(六途)를 윤회하게 되니, 어찌 고행을 닦아 결국 또다시 고행을 구하는 것입니까?"

  바르가바선인은 대답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낸 싯달타는 또다시 길을 떠나 당시 사상 문화의 중심지 바이샬리에 머물고 있던 아라다 가라마선인을 찾아갔습니다.

  "스승이시여, 저는 죽는 일을 떠난 올바른 삶의 길을 구하고자 찾아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길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사문이시여, 이곳에 오래 머무르시오. 나의 가르침은 지혜있는 자는 누구나 배울 수 있고, 오래지 않아 스승의 경지를 알 수 있게 되며, 몸소 그것을 증득한 채 그에 머무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생명은 본래가 그 형체를 알 수 없는 혼돈이었다고 아라다 가라마선인은 가르쳤습니다. 그 혼돈에서 내가 생기고 나로부터 어리석은 마음이 생겨나며, 그것은 애착이 되어지는 것이라고..... 그 애착으로부터 육체가 생겨나며 탐욕과 시기심, 그리고 온갖 번뇌가 생겨나는 것이며 그것은 끝없는 유전을 거듭한 채 생 노 병 사의 원인이 되어진다고 가르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스승은 젊은 구도자에게 무소유처(無所有處)란 일체의 바깥경계 뿐만이 아닌 마음 속의 모든 관념작용이 정지에 이른 무념무상의 상태, 곧 선정(禪定)의 상태임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말하였습니다.

  "그대가 진정 생 노 병 사의 근원을 깨닫고자 한다면 이와 같이 행할 것이다."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정진했던 싯달타는 3년이란 세월이 지나자 그 스승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싯달타는 그와 같은 상태 속에서만 만족할 수는 없었습니다. 보다 높은 해탈의 경지에 다다르는 것이 그의 목적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스승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왕사성에 머물고 있던 우드라카 라마푸트라선인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아라다 가라마선인의 가르침, 무소유처(無所有處)의 선정 상태를 넘은 또다른 가르침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즉 어느 무엇을 생각하지도 않는, 또한 어느 무엇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 조차를 떠난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의 선정에 이르는 해탈의 경지를 가르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비상비비상처의 선정을 체득하게 된 싯달타는 우드라카 라마푸트라선인의 가르침에 만족할 수 없었으며, 이제 더 이상 가르침을 받을 만한 스승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의 의지처가 되어질 수 없다면, 이제 스스로에 의지할 수밖에 없음을 생각하였습니다. 

  이처럼 더 이상 의지할 스승이 없다는 것. 이에 싯달타의 마음 속에는 크나큰 외로움이 스며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행림에서 오랜 고행을]

  이제 오직 자신 혼자의 힘으로써 깨달음을 얻어야 했던 싯달타는 스스로의 수행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윽고 왕사성의 남쪽 맑게 흐르는 니련선하 강가, 그리고 그 가까이에 위치한 고행림에 이르렀을 때 싯달타는 그곳이야말로 자신이 진정 찾아 헤매이던 장소임을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뜻이 이루어지기까지는 그곳을 떠나지 않을 결심을 하였습니다. 

  사실 그곳은 옛부터 많은 수행자들이 머물며 고행 정진을 했던 장소로서 고행림이라 이름붙여진 채, 싯달타가 그곳을 찾았을 당시만 해도 약 2만명의 수행자들이 모여 수행에 임하였다고 알려진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러한 싯달타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교진여 등 다섯명의 사문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아라다 가라마 및 우드라카 라마푸트라선인 밑에서 같은 가르침을 받던 동료들로서, 싯달타가 그저 범상한 인물이 아님을 알고서 그의 도움을 받으며 더불어 수행하고자 찾아왔던 이들이었습니다.

  여하튼 싯달타는 숲속 적당한 장소에 자리를 마련하였고 이어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사문과 바라문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몸과 마음을 그저 쾌락에 맡겨둔 채, 탐욕에 이끌리며 번뇌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한 그들이 아무리 고행을 닦는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것은 마치 젖은 장작을 비벼 불을 피우려 노력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만일 사문과 바라문이 있어 자신의 마음을 항상 관조하며, 모든 탐욕과 번뇌를 여읜 채 마음 또한 선정에 들어 고행을 닦게 된다면 그는 분명 세간을 뛰어넘는 크나큰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마른 장작을 비벼 불을 얻고자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수행태도를 굳게 결심한 후, 싯달타는 말할 수 없는 고행에 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음식에 있어서도 처음 얼마 동안에는 하루에 한끼 정도를 먹었으나 차츰 시간이 흘러 일주일에 한끼씩을, 그리고 얼마가 지나서는 하루에 쌀 한톨과 깨 한톨씩만을 먹은 채 오로지 자신의 정진에만 몰두하였습니다.

  몇 년이 지났습니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고, 또한 여름이..... 이에 싯달타의 몸은 점점 여위어 갔습니다. 손으로 배를 만지면 곧 등뼈가 만져졌고, 그의 눈은 해골처럼 움푹 들어간 채 뺨에는 가죽만이 남아졌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채 싯달타는 오직 선정에 들어 자신 마음을 관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혀는 입천장에 댄 채 마음을 쉬고 숨 또한 죽이고 있노라면, 온 몸에서는 땀과 더불어 뜨거운 열기가 피어올랐습니다. 때로는 풀무소리와도 같은 바람이 머리속에 소용돌이쳤고, 두 귀에서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뜨거운 바람이 빠져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온몸 가득 생겨나는 열기들.....

  그러한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교진여 등 다섯 수행자들은 그저 경탄의 소리만을 되풀이할 수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안락과 고행의 적절한 조화]

  그러나 깨달음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쉽게 찾아지지 않으면 않을수록 싯달타는 그만큼의 고행을 더해갔습니다. 해탈에 이르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 편이 나으리라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온갖 번뇌는 꺼지지 아니하였으니..... 끊임없이 고행을 더해가는 그에게 해탈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싯달타의 눈앞에 춤추고 노래하는 몇몇 천녀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리라의 선을 너무 팽팽히 당기지 말라. 선을 너무 팽팽히 당기게 되면 그 선은 끊어지게 될 지도 모를 일. 그렇다고 선을 너무 느슨하게 하지도 말라. 너무 느슨하면 노래소리는 울려나지 않을 것이니...'

  싯달타는 천녀들의 노래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곧 궁극적 해탈의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엄격한 고행을 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안락과 고행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싯달타는 이제 극심한 고행을 버리고서 중도의 이치를 택하고자 하였습니다.

  사실 육체의 고통을 여의기 위해 고행을 계속하면 할수록 고통은 그 자체로서 남아졌던 경우를 싯달타는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싯달타의 마음 속에는 육체만을 괴롭히는 고행보다는 오히려 마음을 맑게 가짐으로서 인간의 괴로움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회의가 생겨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듯 생각되자 싯달타는 마지막 힘을 쏟아 마음을 밝히고 생각을 쉬고, 그리하여 온갖 경계를 초월한 무(無)의 세계에 도달하고자 새로운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제7장


[수자타의 공양]

  극심한 고행과 단식이 해탈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어진다고 생각한 싯달타는 이제 고행을 중지하고 단식 또한 그만둘 것을 결심하였습니다. 

  '더이상 몸을 학대하면 나의 육체는 죽어 없어지게 될 뿐, 세간을 뛰어넘는 해탈과 일체종지를 성취할 수 없을 것이다. 나의 고행은 끝났다. 이제 육체의 힘을 길러 해탈 지혜를 성취할 때가 찾아온 것이다.'

  싯달타는 자리에서 일어나 니련선하 강가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목욕을 마치고는 길가에 버려진 헌 옷을 주워 물에 빨아 입었으며, 머리를 깎은 채 숲속 알맞은 자리에 앉아 선정에 들게 되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때마침 니련선하 강가에는 우르벨라지방 성주의 딸 수자타라는 소녀가 숲의 수신(樹神)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었으며, 마침 싯달타가 나무 밑에서 선정에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싯달타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수자타는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직감적으로 그가 싯달타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싯달타에 대한 흠모의 정이 어우러진 속에 수신에게 바치려 했던 우유와 꿀에 쌀을 넣어 끓인 유미죽을 공양하여 받기를 애원하였습니다.

  "소녀여, 그대가 나에게 유미죽을 공양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싯달타시여, 저는 일찍이 싯달타님의 높으신 덕행을 익히 들어 남몰래 당신을 흠모하여 왔나이다. 아무쪼록 빨리 몸을 회복하시어 장차 저의 남편이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소녀여, 그것은 합당치 않은 소원이니라. 나는 이미 부모와 처자를 여읜 채 세속을 벗어나 도를 닦는 사문이 아니겠느냐? 나는 오로지 생사를 벗어난 해탈의 도를 구하고 원할 뿐이니라."

  "그렇다면 싯달타시여, 이후 당신께서 크나큰 깨달음을 얻게 되신다면 저 또한 당신의 제자로 삼아 주십시오."

  이렇게 하여 수자타는 날마다 싯달타께 유미죽을 공양하게 되었습니다. 얼마동안 수자타의 공양을 받게 된 싯달타의 몸에는 기력이 생겨났고, 32상의 수려한 신체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6년 동안 싯달타와 같이 고행을 해 온 교진여 등 다섯명의 수행자들은 그러한 싯달타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생각하였습니다.

  '싯달타는 이제 타락하고 말았다. 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물러 그의 가르침을 바랄 수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싯달타를 버리고서 바라나시 녹야원을 향해 떠나가 버렸습니다.


[길상초를 깔고 앉아]

  교진여 등 다섯 수행자가 그의 곁을 떠나버린 후, 싯달타는 걸음을 옮겨 니련선하강 저편의 보드가야로 향하였습니다. 그곳에는 많은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었고, 향기로운 내음은 숲속 곳곳에 피어오르고 있었으며, 그 가운데에는 필발라라 불리우는 보리수나무 한그루가 우뚝 솟아 있었습니다. 

  그곳에 이르러 보리수나무 아래의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자리를 정한 후 싯달타는 생각하였습니다.

  '그 옛날 많은 부처님께서 무상정등정각을 이루셨을 때 그분들은 어떤 자리를 깔고 앉으셨을까?'

  싯달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때마침 그곳에는 한 바라문이 있어 주변에 자라고 있는 아름다운 풀들을 베고 있었습니다.

  "바라문이여,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길상(吉祥)이라 합니다."

  길상이라 함은 좋은 일, 또는 좋은 징조를 의미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싯달타는 바라문에게 그 아름다운 풀을 얻어 보리수나무 밑에 깔고서 스스로 다짐하여 말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의 육체가 소멸되어도 좋다. 다만 어느 시대에도, 그 누구도 얻기 어려운 일체지(一切智)를 얻지 못한다면 나는 결코 이 자리를 뜨지 않으리라."

  이렇듯 하여 싯달타는 가부좌를 한 채 깊은 선정에 들게 되었습니다.


제8장


[마왕 파순의 무리들]

  싯달타가 자리에 앉아 가부좌를 하고 곧이어 선정에 들게 되자 싯달타의 양미간에서는 희유의 광명이 비춰져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빛은 욕계의 여러 하늘에 널리 퍼져나갔고, 이윽고 마왕 파순의 궁전에까지 미쳐지자 욕계의 가장 높은 하늘 타화자재천을 다스리는 마왕(魔王) 파순의 궁전은 크게 흔들렸습니다. 그 징조에 놀란 마왕은 순간 정신이 혼미해지며 공포에 떨었습니다. 그리고는 생각하였습니다.

  '아, 싯달타가 나의 영역, 욕계의 하늘을 벗어나고자 하고 있구나! 그러나 결코 나는 그를 내 영토에서 떠나보내지 않으리라.'

  마왕은 우선 궁전에 있는 가장 요염한 몇몇 천녀들을 뽑아 온갖 교태와 아양으로써 싯달타를 유혹케 하였습니다.

  "화창한 봄하늘에 온갖 초목 피어나니
  인생의 젊음 또한 이와 같이 생겨나네.
  한순간 젊음의 쾌락은 유익한 것, 
  지나간 젊음은 돌아오지 않으리.
  대지 위의 명상인들 무슨 이익 있으오리!"

  그러나 금강삼매(金剛三昧)에 들어선 채 싯달타의 마음은 조금도 움직일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말하였습니다. 

  "육체의 쾌락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것.
  한순간 젊음은 또다시 늙어져서 
  윤회하는 욕계의 근본이 되어지네."
 
  이렇듯 싯달타는 생사의 근본이 되는 애욕을 떨쳐버렸습니다. 이에 천녀들은 깊은 마음 속의 경의를 표한 채 싯달타의 머리 위에 꽃을 흩날리며 사라져 갔습니다.

  또다시 마왕은 모든 권속들, 1억 8천만의 마군(魔軍)들을 동원한 채 싯달타를 공격해왔습니다. 한때는 온갖 공포를 느끼게도 하였으며, 칼이며 창 벼락 등을 무기로 하여 싯달타를 위협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마왕 스스로가 화살이나 불덩이를 싯달타에게 날려 보내기도 하였지만, 싯달타 가까이에 다가서면 그 모두는 아름다운 한송이 꽃이 되어 떨어질 뿐이었습니다.

  '내가 오랫동안 닦아온 십바라밀(十波羅密)은 모든 악을 막는 방패가 되어 마음의 탐심과 어리석음을 여의게 해 줄 것이다.'

  실상 싯달타는 그 모든 마군의 공격 중에 십바라밀을 관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그의 마음 속에는 온갖 탐내는 마음과 성내는 마음, 어리석음의 마음 등 탐 진 치의 마음이 떨쳐져 있었으며, 이에 능히 수미산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라도 싯달타의 확고한 마음은 움직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싯달타는 욕계의 지배자 마왕 파순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 내면에 존재하는 모든 욕망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깨달음에 이르러]

  이윽고 보리수나무 밑에서 선정에 든지 닷새가 지난 저녁, 초생달이 비춰오고 악마의 유혹과 더불어 생겨났던 모진 비바람도 이제는 씻은 듯 개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이제 욕계의 모든 유혹으로부터 벗어난 싯달타는 깊은 선정에 들게 되었습니다.

  첫번째 선정[初禪定]에서는 욕망과 악을 여의었으며, 제 2선[二禪定]에서는 잡념을 여읜 채 삼매의 기쁨을 맛보았고, 제 3선[三禪定]에서는 삼매의 기쁨까지도 초월한 바르게 생각하고 아는 즐거움을, 또한 제 4선[四禪定]에서는 고요함과 평온함으로서 안과 밖의 모든 번뇌에 흔들리지 않는 평안함의 상태에 도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초저녁이 되자 싯달타에게는 천안통이 열리었고, 지난 세상의 모든 중생들이 업의 과보에 따라 고통 변화하는 모습들이 하나씩 보여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한밤중이 되었습니다. 숙명통을 얻게 된 싯달타는 자신 지혜의 눈으로써 생사의 근원을 추구해 들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싯달타는 네 가지 성스런 진리[四聖諦]를 알 수 있었습니다. 즉 인간의 실존이란 고통[苦]이라는 사실과, 그 고통의 원인[集]이며 또한 고통의 다함[滅]과 고통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을 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고통의 소멸에 이르는 여덟가지 바른 길[八正道]을 관찰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싯달타는 다시금 추구해 들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무엇으로 인하여 늙고 죽음[老死]이 있는가? 그것은 태어남[生]이 있기 때문이다. 그 태어남은 무엇으로 인하여 생기는가? 그것은 세가지 존재양태[三有]가 있기 때문이며, 3유(有)는 다시 4가지 집착[取]이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고, 집착은 갈애(渴愛)가 있기에, 또한 갈애는 감수작용[受]이 있기에 일어나며, 감수작용은 접촉[觸]이 있기에, 그리고 접촉은 여섯 가지 감각작용[六入]이 있기에, 여섯 감각작용은 정신적.육체적 현상[色名]이 있으므로서, 정신적.육체적 현상은 의식작용[識]이 있기에 생겨나고, 의식작용은 행(行)이 있으므로 해서, 그리고 행은 자아에 대한 무지[無明]가 있음으로 해서 생겨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결국 싯달타는 중생들 모든 괴로움의 근본은 무명에 뿌리를 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무명이 근본이 된 채 12가지 인연[十二因緣]의 고리 속에서 고통이 생겨남을 간파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무명이 없어져 중생의 괴로움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싯달타는 다시금 무명(無明)이 멸(滅)하면 행(行)이 멸하고, 행이 멸하면 식(識)이 멸하며, 식이 멸하면 명색(名色)이, 명색이 멸하면 육입(六入)이, 육입이 멸하면 촉(觸)이, 촉이 멸하면 수(受)가, 수가 멸하면 애(愛)가, 애가 멸하면 취(取)가, 취가 멸하면 유(有)가, 유가 멸하면 생(生)이, 생이 멸하면 노사(老死)가 멸하는 이치를 관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2월 8일 새벽이 되었습니다. 생사의 근본인 무명이 소멸되면서 동쪽 하늘에서는 샛별이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순간 싯달타는 홀연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더없는 정각(正覺)을 이루어 마침내 부처가 되었던 것입니다.

  순간 싯달타의 얼굴에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법열(法悅)이 피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렇듯 하여 그의 기나긴 구도의 길은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 번뇌는 모두 사라졌다. 번뇌의 흐름도 사라졌다. 이제 더 이상 태어남의 길을 밟지 않으리니, 이것을 번뇌의 마지막이라 말하리라."

  성도(成道) 후, 자신의 깨달음을 확인코자 부처님께서는 이 나무 저나무로 옮겨 일곱군데의 장소에 7일씩, 49일간을 선정 속에 머물러 계셨습니다. 선정의 삼매 속에서 십이인연의 진리를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관하여 보기도 하였으며, 인연에 의해 생겨나고 인연에 의해 소멸되는 우주의 진리 모두를 살펴보시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생각하였습니다.

  '내가 얻은 이 법은 매우 깊고 커서 중생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 세간의 중생들은 탐 진 치 등의 강한 욕망에 빠져 있어 이 연기(緣起)의 도리를 알지 못할 것이다. 설사 내가 법을 설한다 해도 그들은 정신이 혼미하여 믿지 않고 비방만 일삼을 것이니, 차라리 잠자코 열반에 드는 것이 어떨까?'

  이때 범천왕은 부처님의 이러한 생각을 알고서 부처님 앞에 나타나 법을 설하기를 간절히 청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지난 세상 오랜 겁 동안 자비와 인욕의 행을 닦으시어 불도를 이루심은 오직 중생을 위한 자비심에서 그러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무상(無上)의 도를 이루시고는 중생들을 위해 법을 설하지 않고자 하시니 그 무슨 까닭입니까? 원컨데 생사고해에서 헤매고 있는 중생들을 위하여 미묘한 법의 수레바퀴를 굴려 주십시오."

  마침내 부처님께서는 뭇 중생들의 근기를 두루 살펴보신 후, 중생 구제의 법을 설하고자 결정하시게 됩니다. 이에 지난날 자신의 스승이었던 아라다 가라마와 우드라카 라마푸트라선인 등 깨달음에 근접한 자들에게 자신이 깨달은 바를 전해 주고자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그들은 이미 며칠 전에 죽어버린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전에 같이 수행하던 교진여 등 다섯 동료들에게 최초로 깨달음을 전해 주고자 생각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