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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생애 [1], 제1부. 히말라야의 탄생과 카필라성에서의 나날들

香積 2009. 10. 3. 14:34

머리말                                              

Ⅰ부. 히말라야의 탄생과 카필라성에서의 나날들      

    제1장  마야부인의 꿈 / 
              룸비니동산에서의 탄생 / 
    제2장  태자의 어린시절 /
              궁중에서의 교육 / 
              싯달타와 데바닷타 / 
    제3장  삼시궁 속에서의 고독감 / 
              야쇼크 의식 / 
              야쇼다라와의 결혼 / 
    제4장  늙는다는 것 /
              병든다는 것 /
              죽음의 통찰과 사문의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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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오랜 옛날, 인도의 인더스강 하류에 위치한 파다나국에 감자왕이란 왕이 살고 있었습니다. 감자왕은 뛰어난 덕행으로써 백성들을 다스렸으며, 그의 가르침 아래 백성들은 어떠한 걱정도 없이 모두가 안락하고 풍요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왕에게도 걱정은 있었습니다. 왕에게는 선현과 묘단정이란 두 명의 왕비가 있었는데, 첫째 왕비 선현의 몸에서 태어난 장수왕자보다도 둘째 왕비 묘단정의 몸에서 태어난 거면과 금색 상중 별성 등 네 명의 왕자들이 보다 총명하고 무예 또한 뛰어났던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그곳 나라의 백성들은 둘째 왕비의 몸에서 태어난 왕자들 중 하나가 왕위를 계승하기를 바랬던 것입니다. 

  그래서 첫째 왕비는 만약 지금의 왕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네 왕자들에 의해 장수왕자가 죽임을 당하거나 국외로 추방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졌고, 이에 첫째 왕비 선현은 네 명의 왕자를 다른 곳으로 떠나 살게 하고자 감자왕에게 간청하였던 것입니다.

  물론 그 간청이 무리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감자왕이었지만, 어떻게 생각해 보면 달리 또 다른 방책을 구할 수도 없었기에 감자왕은 네 명의 왕자들을 불러모아 같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부왕의 말씀을 전해들은 네 명의 왕자들은 서로가 오랫동안 상의한 끝에 감자왕에게 말을 전하였습니다.

  "아버님 뒤를 이어 장수형님이 이 나라를 다스려야 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저희는 기쁜 마음으로 이곳을 떠나 어딘가에 새로운 땅을 찾아 나라를 세우겠습니다. 사실, 저희들도 언제부턴가 새로운 나라를 세웠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젊고 희망에 찬 네 왕자들은 아버지 감자왕에게 작별인사를 올리고, 그들을 따르고자 하는 백성들을 이끌고 새로운 땅을 향해 길을 나아갔습니다. 

  해가 떠오르는 곳, 북동쪽 히말라야 산의 높은 봉우리를 향한 채 마음 가득 긍지를 담고서 그들의 행렬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널따란 평원을 건너 산과 골짜기를 수없이 넘어선 그들은, 마침내 그들 마음에 꼭 드는 땅을 발견해 낼 수 있었습니다.

  히말라야 산 남쪽 기슭, 바하기라티강을 건너 눈앞에 펼쳐진 넓은 초목지대. 

  활짝 열려진 평원과 더불어 기름진 땅에는 과일 또한 무수히 열려 있었으며, 숲 사이로는 아름다운 강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고자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비옥한 땅, 그곳은 옛부터 카필라선인이 머물며 수행하던 장소로서, 기쁨과 흥분이 어우러진 속에 새로운 나라를 건설한 그들은 그곳을 카필라국이라 이름붙였습니다. 

  이후 훌륭히 세워진 나라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었으며, 새로운 나라의 아름다운 도읍지 카필라성은 날로 번성해 가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감자왕의 둘째 왕비 몸에서 태어난 네 왕자들에 의해 히말라야 산 남쪽 기슭에 새 나라가 세워졌으며, 이후 그 말을 전해들은 감자왕은 "내 아들들 샤카로다"라고 말했습니다. 샤카라는 말은 '훌륭하다', '능하다'라는 뜻으로 능히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을 말하게 되어, 그로부터 그 나라 사람들을 샤카족(석가족)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네 명의 왕자들 중 세 왕자가 차례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막내왕자 별성은 니구라왕이라 이름한 채 나라를 다스리게 되었고, 이후 니구라왕은 구로왕을 낳고 구로왕은 구구로왕을 낳았으며, 구구로왕은 사자협왕을 낳았으며, 사자협왕은 아들 정반왕과 백반왕 곡반왕 감로반왕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이 정반왕에게서 싯달타란 아들이 태어났으니, 이분이 곧 후에 석가모니 부처님이라 불리우게 될 분이셨습니다.


제 1 장

[마야부인의 꿈]

  옛날 카필라성에는 정반왕이란 임금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콜리성이란 성이 있었는데, 콜리성의 성주 선각에게는 여덟 명의 딸이 있어 정반왕은 그 첫번째 공주와 여덟 번째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였습니다. 그들은 각각 마하 마야와 마하 프라쟈파티라 불리웠습니다. 그러나 정반왕은 나이 40이 넘도록 왕비에게서 한명의 아이도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 마야부인은 여섯 개의 이빨을 가진 흰 코끼리와 육면체의 밝게 빛나는 별이 하늘에서 내려와 자신의 오른쪽 옆구리를 통해 태 안에 들어오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마야부인은 정반왕에게 꿈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정반왕은 한 바라문을 불러 그 꿈을 해몽케 하였던 바, 바라문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이것은 분명 왕자님이 태어나실 꿈입니다. 그 태어날 아이는 세간에 계시면 전륜성왕이 되어 세상을 다스릴 것이며, 만약 출가한다면 깨달음을 얻어 하늘과 땅의 스승이 되실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정반왕과 마야부인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과 같이 바로 그날 마야부인은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룸비니동산에서의 탄생]

  그로부터 열달이 흘러 해산날이 임박했습니다. 당시의 풍습에 따라 마야부인은 아기를 낳기 위해 카필라성을 떠나 친정집이 있는 콜리성으로 돌아갈 차비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일행과 더불어 길을 떠나 룸비니동산 숲속을 지나가고 있을 무렵, 마야부인은 갑자기 산기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행은 룸비니동산에 들어가 그곳에 장막을 드리우고 산실을 마련하였습니다. 

  때는 맑음이 가득찬 4월 초순. 동산 곳곳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고, 온갖 새들 또한 즐거이 지저귀고 있었습니다. 모든 준비가 갖추어지고, 무우수나무 아래 자리한 마야부인은 매우 유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손을 뻗어 꽃이 만발한 무우수나무 가지를 하나 꺾고자 하였던 찰나, 오른쪽 옆구리를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아기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마야부인의 몸에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상서로운 5색구름은 룸비니동산 전체를 덮었고, 향기로운 내음과 더불어 34가지 신비로운 징조들이 하나씩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동 서 남 북 사방으로 각각 일곱 걸음씩을 걸었고, 그가 발을 내딛는 곳마다에는 땅으로부터 연꽃이 피어올라 아이의 발을 받쳐 주었습니다. 이윽고 아이는 걸음을 멈춰 한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또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일체개고아당안지(一切皆苦我當案止)

  하늘 위, 땅 아래 오직 나만이 존귀하네.
  일체의 모든 괴로움, 내 마땅히 그치게 하리라."

  이 말을 마치자 땅으로부터 아홉 마리 용들이 솟아올라 각각 입에서 향기로운 물을 뿜어 아이의 몸을 씻겨 주었으며, 이후 아이의 몸은 예사 아이와 같은 모습을 띄게 되었습니다.

  태자의 탄생으로 말미암아 카필라성은 온통 축제의 분위기로 휩싸였습니다. 그러던 중 나라의 이름 높은 예언자 - 과거 40겁과 미래 40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 아시타선인이 태자를 방문하였으며, 정중히 태자의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기쁜 얼굴 속에 문득 눈물을 흘리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태자께서는 32가지 위인상과 80가지의 뛰어난 상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그가 이 세상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되어 온 천하를 통치할 것이며, 만약 세속을 떠나 출가한다면 반드시 붓다가 되어 뭇 중생을 구제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태자는 분명 출가하여 붓다가 될 것인데, 나는 나이가 많아 태자가 깨달음을 얻은 후 법을 설하는 것을 듣지 못하게 될 것을 생각하니 슬픔에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이윽고 태자가 태어난 지 닷새가 되어 태자의 명명식이 거행되었습니다. 많은 바라문들이 모여 오랜 상의 끝에 이름을 '싯달타'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태자가 태어날 때의 코끼리 꿈과 룸비니 동산의 무우수나무 등은 온갖 성스러운 징조를 나타낸 것으로, 그리하여 '모든 것이 뜻과 같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로서 싯달타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태자의 탄생으로 온 나라가 기쁨에 쌓여있던 중, 태자가 태어난 지 7일이 되는 날 어질고 착한 마야부인은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이후 태자는 마야부인의 동생 마하 프라쟈파티가 맡아 양육하게 됩니다.


제2장

[태자의 어린시절]

  마하 프라쟈파티의 보살핌 속에 싯달타태자는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어려서부터 충분한 덕행을 나타내 보이기도 하였으며, 상상력 또한 뛰어나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풍모에는 언제나 사랑의 빛이 감돌았고, 그 빛은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평온함을 안겨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싯달타태자를 바라보는 정반왕과 마하 프라쟈파티의 마음에는 일면 근심이 일어나기도 하였습니다. 유년시절을 보내는 동안 싯달타태자는 그 또래의 아이들과는 달리 장난감 등은 안중에도 없는 채, 종종 명상에 잠기곤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철저히 해내는 태자의 모습을 바라볼 적에는 그 태자의 가슴 안에 어떤 불가사의한 열정이 숨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태자의 행동에 특이한 모습이 비춰지곤 할 때면 정반왕의 마음속에는 아시타선인의 예언이 문득 생각났고, 혹시 태자가 장래에 출가나 하지 않을까 걱정이 생겨나가도 하였습니다. 


[궁중에서의 교육]

  태자의 나이 여덟살이 되자 정반왕은 싯달타로 하여금 왕위를 계승할 사람으로서의 본격적인 수업을 받게 하였습니다. 태자의 교육을 위하여 자그마한 동산을 마련하였고, 거기에서 칼과 창 화살 등 병기를 다루는 법을 배우게 하였으며, 코끼리와 말을 모는 법, 마차를 다루는 법과 함께 병법과 천문학 점성술까지를 익히게 하였습니다.

  또한 뛰어난 바라문 학자들을 초빙하여서 고전 및 문법, 그리고 제사와 주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분야를 교수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당시 태자는 29종의 무술에 통달하게 되었으며, 지혜 및 예지력 또한 뛰어나 아무도 그를 능가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싯달타와 데바닷타]

  오랜 시간이 흘러 태자의 나이 열살이 되던 어느날이었습니다. 태자는 정원을 산책하던 중 정원 구석에 백조 한 마리가 활에 맞아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은 그의 사촌형제 데바닷타왕자가 쏘아 떨어뜨린 것이었는데, 이내 싯달타태자는 백조의 몸에서 화살을 뽑아내고 그 상처를 치료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측은한 생각이 들어 백조를 가슴에 안고서 한없이 안타까워 했습니다. 

  얼마쯤 후에 데바닷타왕자가 찾아와 자기가 쏘아 떨어뜨린 백조를 내놓으라고 요구하자, 태자는 단호히 그것을 거절하였습니다. 이윽고 그 문제는 법정에 제출되었으며, 심판관들은 '생명은 그것을 구하고자 하는 자에게 귀속된다. 생명을 빼앗으려 하는 자는 그것을 요구할 수 없다'고 하여 백조의 생명을 구해준 싯달타태자의 편에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태자는 한동안 그 백조를 치료해 주었으며, 어느 정도 상처가 나아지자 곧 백조를 날려보냈습니다. 이렇듯 싯달타태자는 날짐승들이거나 자그마한 벌레들에게 까지도 그 생명의 존엄성을 항상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태자가 열 두 살이 되던 해, 왕은 태자와 함께 석가족의 많은 왕자들을 데리고서 백성들이 농사짓는 것을 권장코자 들로 나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넓게 펼쳐진 평원과 초여름의 상쾌한 바람, 그리고 그 밑에서 일하고 있는 농부들. 이러한 전원 풍경은 모두의 마음을 맑고 신선하게 해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을 바라보는 싯달타태자의 시각에는 좀 색다른 면이 있었습니다. 그는 차라리 농부의 채찍에 시달리는 여읜 소와 함께 햇볕에 그을인 채 땀흘리는 농부의 고뇌에 찬 모습에 눈을 던졌으며, 보습에 의해 파헤쳐진 흙 속의 벌레들이 날짐승에 의해 비참하게 잡아먹히고 있는 모습이며, 그 날짐승을 나꿔채는 큰 독수리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태자는 그런 광경, 평화스럽게만 보이는 자연 속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가운데 참혹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죽고 사는 문제, 그것은 결코 눈앞의 벌레거나 날짐승들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인간들에게 들이닥칠 것이라는 생각이 엄습하였던 때문이었습니다.

  이렇듯 열 두 살에 이르러 태자는 죽음과 더불어 삶의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되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삶을 드리우고 있는 한, 행복은 늘 불안한 일순간이란 생각 속에 이후 태자에게는 삶의 모든 것이 허망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리하여 줄곧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고, 언제나 그는 깊은 사색에 잠겨 살아갈 뿐이었습니다.


제3장

[삼시궁 속에서의 고독감]

  이렇듯 태자가 항상 깊은 사색에 잠겨있는 채 세속적 즐거움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되자 정반왕은 몹시 걱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옛날에 아시타선인이 말한대로 출가나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겨났던 것입니다. 그래서 정반왕은 태자의 우울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새로운 궁전을 지어주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여름철에는 시원하고 겨울철에는 따뜻하며, 우기 동안에 지내기에 안락한 각각의 궁전을 지어 각 철마다 각각의 궁전에 거처하게 하자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그렇듯 즐거움을 한껏 누리게 되면, 더 이상 깊은 사색에 빠져 생활한다거나 인생의 슬픈 면만을 생각하지 않게 되리라 정반왕은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또한 정반왕은 그 각각의 궁전마다에 아름다운 무희들을 두어 태자를 위로하게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특히 심한 장마가 몰아닥치는 4개월의 우기(雨期) 동안에 태자는 아름다운 여인들 속에 파묻혀 하루하루를 향락 속에서 소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태자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즐거운 듯 느껴지기도 하였으나, 그럼에도 진정 태자의 깊은 마음 속에는 더할 수 없는 고독감만이 가중될 뿐이었습니다.

  인간이란 언제까지나 영원히 살 수 없는 것. 그럼에도 모든 사람이 한결같이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 역시도 마음놓고 쾌락을 즐길 수 있었을런지 모릅니다. 그러나 태자는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인생의 덧없음을 몸소 경험했던 것입니다. 어머니의 죽음, 그것은 어린시절부터 싯달타의 마음을 인생의 근원적 문제에로 향하게 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야쇼크 의식]

  세월이 흘러 태자의 나이 19세가 되었습니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태자는 속세를 떠나 출가할 것을 마음속 깊이 생각하게 되어습니다. 그러나 태자의 마음을 눈치챈 정반왕은 하루속히 태자를 결혼시켜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정반왕이 태자비 간택을 서두르고 있음을 알게 된 태자는, 처음에는 무척 반대의 뜻을 표현하였습니다. 혹 결혼생활로 인하여 자신의 출가 결심이 약해지지나 않을까 두려워했던 까닭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태자는 어여쁜 여인과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어보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태자에게도 여인에 대한 뭔지 모를 동경심과 더불어 생활상의 안락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은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윽고 당시의 결혼관습에 따라 [야쇼크]라는 의식이 거행되었습니다. 그것은 신부가 되고자 원하는 처녀들 중 신랑이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당시의 결혼 풍습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신부가 선정되면 이어서 신랑의 자격을 시험하는 절차가 뒤따르게 됩니다. 그리하여 왕자들 사이에서 지식과 무예를 시험하는 절차가 마련되었는데, 이 시험에서 싯달타는 가장 뛰어난 왕자로서 입증이 되었습니다. 싯달타는 여간해서는 휘어지지 않는 싱하헤루라는 활의 시위를 당김으로써 경기장 저편 난간을 넘어 30여리 이상의 먼 거리에까지 화살을 날려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야쇼다라와의 결혼]

  이윽고 경기장 안에서 신부가 신랑에게 승리의 화환을 안겨줌으로서 그들의 결혼은 합법화 되어졌습니다. 마침내 태자비가 간택되었고, 태자는 그녀와의 결혼 자격을 공득하게 된 것입니다. 곧 싯달타태자와 집장대신의 딸 야쇼다라와의 성대한 결혼식이 거행되었습니다.

  태자비 야쇼다라는 젊고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야쇼다라는 진심으로 싯달타를 사랑하였습니다. 이렇게 되자 싯달타는 결혼이란 결코 불행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으며, 결혼을 하게 됨으로서 야쇼다라에게서 처음으로 인간의 진실한 마음을 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도 하였습니다. 태자의 얼굴에는 점점 밝은 미소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싯달타의 모습을 지켜보는 정반왕의 마음 또한 기쁘기 한이 없었습니다.

  일년, 또 일년. 꿈같은 세월은 자꾸만 흘러갔습니다. 그러나 점점 세월이 갈수록 또 다시 태자의 깊은 마음 속에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번민이 생겨나옴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젊고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싯달타태자의 눈에는 그의 늙어 추한 모습까지가 동시에 반영되어졌던 것입니다.

  태자 역시 스스로 그런 생각을 잠재우고자 애써보기도 하였지만,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에 접해 있던 태자에게는 그 어느 무엇도 위로가 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아내 야쇼다라의 상냥함조차도 그에게는 도움이 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제4장

[늙는다는 것]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날, 긴 세월 동안 궁전 속에만 머물러 살았던 태자는 갑자기 바깥세계를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정반왕은 곧 화려한 마차를 준비하는 한편, 태자가 나아갈 길을 말끔히 청소하게 하고, 태자가 이르는 길마다 값진 향을 뿌리고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하여 태자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도록 분부하였습니다.

  태자의 마차가 동쪽 성문을 벗어났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태자 일행은 머리는 하얗게 세고 팔다리는 고목처럼 바짝 마른 채, 빛 바랜 얼굴의 노인이 지팡이에 의지해 길을 걸어가고 있는 모습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태자는 마부 챤다카에게 물었습니다.

  "저 사람은 누구인가, 왜 저렇게 비참한 모습을 하고 있는가?"

  "저 사람은 노인입니다. 젊었던 사람이 점점 나이를 먹으면 기운이 빠지고, 숨이 차고 눈은 어두워지며 이가 빠져 저같은 초라한 모습이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저렇듯 늙
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 역시도 저처럼 늙게 되어질 것인가?"

  "그렇습니다. 무릇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태자이건 마부이건 신분의 귀천이 없이 모두가 늙는 것이며, 저처럼 비참한 모습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부 챤다카의 말을 들은 태자는 마음이 어두워져 한동안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생각하였습니다.

  '지금은 내가 왕궁에 살며 온갖 부귀영화를 한몸에 즐기고 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나 역시 저처럼 늙어질 것이니, 참으로 세상의 무엇을 진실되다 할 것인가. 아, 태어난 모두에게 늙음이 뒤따른다는 것은 하나의 고통인 것이다 .....'

  이에 어떻게 하면 이 늙음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며 태자는 마차를 돌려 궁전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병든다는 것]

  또 다시 얼마가 지난 어느날, 남쪽문을 통하여 태자의 일행이 성문을 나섰을 때였습니다. 얼마쯤 길을 나아가다 보니 이번에는 길가 저편에 몸은 여위고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채, 누더기를 둘러쓰고 누워 신음하는 한 사람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숨을 헐떡이며 고통에 메인 목소리로 자기를 일으켜 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병자의 모습을 무심코 바라보던 태자는 마차에서 내려 병자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챤다카에게 물었습니다.

  "이 사람은 누구인가?"

  "이 사람은 병에 걸려 있는 사람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늙어 쇠약해지면 이렇듯 병에 걸려 앓게 되는 것입니다. 앓는다는 것은 몹시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지금 이 사람도 그처럼 고통에 못이겨 신음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부 챤다카의 말을 들은 태자는 그 자리에서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왜 병에 걸려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저 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인가? 아, 그럼에도 모든 사람들은 저처럼 병자의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장차 자기에게 닥쳐올 일들을 생각하려 들지 않는구나 ....."

  다시금 태자는 마차를 돌렸습니다. 마차를 타고 궁전으로 돌아오는 태자의 눈에는 온통 모든 것이 암갈색의 허무한 모습으로 보여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렇듯 인생의 허무함을 일찍 깨달아버린 태자에게 일체의 모든 모습들은 단지 쓸쓸함만으로 남겨졌던 것입니다.


[죽음의 통찰과 사문의 길]

  또 어느날이었습니다. 태자는 이번에는 서쪽 성문을 통하여 길을 나섰습니다. 마차를 끌고 달리는 말처럼 태자의 마음도 오늘만은 어쩐지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길을 떠나 태자의 마차가 어느 한적한 곳에 이르렀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태자의 일행은 죽은 시체를 앞세우며 지나가고 있는 슬픈 행렬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애처로움을 느낀 태자는 물었습니다.

  "저 사람은 누구인가?"

  "저것은 죽은 사람입니다. 인간의 태어남이란 지 수 화 풍(地水火風)의 4가지 요소가 만남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태어난 육체는 늙게 마련이며, 늙으면 병들고 병들면 죽게 되어 지 수 화 풍의 4가지 요소는 각각 흩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혼은 인간의 육체를 떠나게 되고, 드디어 인간 생명의 불은 꺼지고 마는 것입니다.

  누구나 한번 죽으면 부모형제와 헤어져야 하고,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져야 합니다. 죽음으로 인해 인간의 목숨은 마치 풀잎 위의 이슬과도 같이 순간에 스러지고 마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죽게 마련입니다. 태자께서도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반드시 죽음을 맞이해야만 합니다. 아무도 그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태자는 크나큰 절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 자신이 삶을 살아가고 있음도 어떻게 보면 하루하루 죽음에 이르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때부터 태자의 얼굴에는 어두움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졌고, 혼자 사색에 잠기게 되는 때가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성 밖을 돌아보는 가운데 태자는 늙는 슬픔과 병드는 고통과 죽는 불행을 한꺼번에 목격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며칠이 지나 또 다시 태자는 북쪽 성문을 통하여 길을 나섰습니다. 북쪽 성문을 나서자 거기에는 수목들이 울창히 우거져 있었으며, 숲속의 오솔길 사이로는 덥수룩한 머리에 누더기를 걸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비록 남루한 옷을 입고 있었으나 그의 걸음걸이는 단정하였고, 그의 몸 전체에는 존엄한 기품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걸어오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태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차에서 내려 그에게 머리를 숙였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세상의 모든 일을 버리고 오직 진리만을 찾아 구하는 출가 사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출가 사문에게는 어떤 이익이 있는 것입니까?"

  "세속에 살며 나는 늙음의 고통과 병의 고통을, 그리고 죽음의 고뇌를 자신 스스로와 이웃을 통하여 맛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그저 무상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부모와 친척 모두를 버리고서 이처럼 고요한 곳에서 수도하며, 그러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찾고자 하였습니다. 내가 걷는 구도의 길은 결코 세속에 물들지 않는 영원한 해탈을 위한 길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영원한 해탈을 성취하였습니다."

  이 말을 남기고서 사문은 조용히 태자의 곁을 떠나갔습니다. 사문이 남긴 말들을 음미하며 태자의 가슴에는 뭔가 하나의 기쁨이 피어올랐고,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던 출가에 대한 그의 생각은 굳어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