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를 그려 모시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쓰임새로 볼 때 예배용, 교화용, 장엄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러나 특정한 불화를 한 가지의 용도로 제한할 수는 없다. 예배용 불화이면서 장엄적인 역할도 하고, 또한 교화의 역할도 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분류는 불화가 봉안되는 위치, 또는 그것이 지니는 내용 등으로 보아 가장 핵심적인 용도를 중심으로 구분한 것이다.
1. 예배용 불화
오늘날 사찰에서 예배의 주된 대상은 불상이다. 우리나라 사찰의 법당에는 그 성격에 따라 다양한 불상들이 봉안되며, 불상 뒤에는 그 성격와 용도에 맞는 불화를 봉안하여 함께 예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웅전에는 석가여래와 영산회상도, 극락전에는 아미타여래와 극락회상도, 대적광전에는 비로자나삼신불상과 비로자나삼신불회도 등을 함께 봉안한다. 이렇게 불상 뒤에 봉안하는 불화를 후불탱화라고 하는데 이는 불상과 함께 예배의 대상이 된다.
이들 예배용 불화는 불교의식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오늘날 사찰의 전각에 장엄된 불화는 불교의식의 구성 내용과 절차에 알맞은 그림을 조성하여 예배하기 마련이다. 이른바 분단법에 따라 불화의 유형도 분류할 수 있다.
또한 옥외에서 거행하는 의식에는 불상을 봉안할 수 없으므로 괘불탱을 모셔 예배한다. 괘불탱은 대체로 10미터 내외의 거대한 크기를 지는 불화로 법당 앞에 괘불대를 설치하고 봉안한다. 규모가 큰 의식에 주로 봉안하며, 괘불탱 중에는 연대가 오래되고 우수한 불화가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에는 흔하지 않지만 티베트 등지에서 밀교적인 의식에 사용하는 만다라도 예배용 불화로 볼 수 있다.
2. 교화용 불화
교화용 불화란 불교경전의 내용을 그려서 교리를 쉽게 이해하고 나아가 감동을 불러일으켜 교화하는 불화를 일컫는다. 예를 들어 부처님의 일대기인 불전도나 전생의 이야기를 그린 본생도는 불교의 기능적인 설화로, 이러한 설화그림은 인도의 초기불교미술에서부터 대중교화에 큰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불화 가운데 팔상도는 조선시대에 널리 유행한 대표적인 불전도이다.
또한 죄를 지으면 그 업장에 따라 심판을 받고 지옥에 떨어진다는 내용을 그린 시왕도, 반대로 선업을 쌓고 열심히 열불하고 수행하면 극락으로 인도된다는 내용을 그린 아미타래영도, 성반을 차려 부처님께 재를 올려 죽은 이의 영혼을 천도하는 내용을 그린 감로왕도와 같은 불화는 불교사상을 쉽게 풀이한 그림으로 대표적인 교화용 불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경전에 포함되어 있는 경변상도는 교리의 내용을 그림으로 알기 쉽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교화용 불화 중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3. 장엄용 불화
기원정사에 불화를 그림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처음 불화를 그림 이유는 법당을 장엄하기 위해서이다. 장엄이라는 말은 단순히 아름답게 꾸미는 것만이 아니라 불교적인 내용을 담아 아름다우면서도 신성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의미이다.
장엄용 불화의 대표적인 예는 천장이나 기둥, 문 등에 그려진 단청이라고 할 수 있다. 단청은 원래 건물에 그려진 그림을 총칭하는 것으로 벽화도 포함하였다. 그러나 요사이는 후불벽, 좌우 측벽 등과 같은 주요 벽면에 그린 특정한 주제의 불화를 벽화로 부르고, 단청은 주로 건물의 나무부재에 그려진 도안적인 그림을 일컫는다. 단청은 용이나 호랑이와 같은 식물무늬를 주로 그린다. 특히 천장에는 연꽃을 도안적인 형태로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거나 꽃이나 향을 공양하는 비천 등을 그려 법당의 종교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형태와 재료로 본 불화의 종류
1. 탱화
우리나라에 현재 남아 있는 불화 가운데 대부분은 비단이나 삼베, 모시, 또는 면포나 종이 바탕에 그림을 그리고 족자나 액자 형태로 표장하여 불단을 비롯한 의식단의 벽에 걸어 봉안한 그림이 대부분이다. 이런 그림을 일러 탱화 또는 후불탱, 삼신탱, 약사탱 이라고 일컫고 있다.
벽에 직접 그리는 벽화는 이동할 수 없지만 탱화는 액자나 족자 형태 등 별도의 화폭에 그려지므로 이동이 가능하다. 사찰에는 다양한 성격을 지닌 여러 전각이 있는데 각 전각의 성격에 맞는 탱화를 그려 봉안한다.
2. 벽화
벽화는 전각을 장엄하기 위해 그 내외 벽면에 직접 그린 그림을 말한다. 전각은 부처님을 봉안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처님의 정토를 인간 세상에 형상화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종교적인 분위기가 충만하도록 아름답고 숭고하게 장엄한다. 벽화는 벽면의 재질에 따라 토벽화, 석벽화, 판벽화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 사찰의 전각은 나무로 가구를 엮고 이들 사이에 생긴 공간에 흙으로 벽을 만들고 그 위에 벽화를 그리므로 대다수가 토벽화이다. 벽화는 벽면의 재질에 따라 토벽화, 석벽화, 판벽화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 사찰의 전각은 나무로 가구를 엮고 이들 사이에 생긴 공간에 흙으로 벽을 만들고 그 위에 벽화를 그리므로 대다수가 토벽화이다. 벽화는 건물의 수명과 연관되므로 건물이 훼손되면 벽화도 손상을 입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여러 차례 전란을 겪어서 연대가 오래된 전각과 벽화가 그다지 많지는 않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찰의 벽화 중에서 주목되는 것은 고려시대에 그려진 경상북도 영주 부석사 조사당의 범천, 제석척도와 사천왕도가 있고, 경북 안동 봉정사 대웅전의 영산회상도, 전남 강진 무위사 극락전의 아미타후불벽화와 아미타래영도. 설법도. 관음도, 경남 양산 통도사 영산전의 보탑도, 경남 양산 신흥사 대광전의 아미타여래도와 약사삼존도, 전북 고창 선운사 대웅전 후불벽화 등이 유명하다.
또한 기둥이나 천장 등과 같은 부재에 용, 연꽃 등 도안적인 그림을 그려 장엄하는 것을 단청이라고 한다. 단청은 전각을 아름답고 숭고한 분위기로 장엄하는 역할을 하지만, 채색과 기름을 덧입혀 목재를 보호하고 조악한 면을 감추는 기능도 겸한다.
3. 경전화
경전은 손으로 직접 베껴 쓴 사경과 나무와 같은 판에 새겨서 찍어낸 판경이 있다. 이러한 경전에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나 본문을 압축한 경천화가 실려 있어 경전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들은 경전의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하였으므로 흔히 변상도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