香積 2009. 7. 30. 01:21

 

 

     1) 수행

 

   불교를 가리켜 '수행의 종교' 혹은 '깨달음의 종교'라고 한다. 절대자에 대한 무조건

   적인 신앙과 그로부터의 구원을 강조하는 다른 종교와 달리 불교는 수행을 통해

   스스로 깨닫는 길을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 부처님에 대한 믿음을 통한

   안심입명(安心立命)의 길도 열어 놓는다. 그러나 그러한 믿음의 길도 궁극적으로

   깨달음과 연결되어 있다. 부처님에 대한 믿음을 통해 부처님의 가피에 의지

   하더라도 불교는 깨달음의 끈을 놓지 않는다.

 

   믿음과 수행, 이 두 가지를 아울러 신행이라 한다. 불 . 법 . 승 삼보에 대한 믿음과

   수행을 통해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얻고, 궁극적으로 깨달음에 이르는 것이다. 그것이

   불교를 믿는 불자들의 올바른 태도이다. 물론 그 믿음은 외부 대상으로서 부처님에

   대한 믿음도 있고 나 자신이 본래 부처라는 철저한 믿음도 있다. 불교에서는 두 가지

   모두 믿음의 대상으로 중요시한다.

 

   그렇다면 수행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수행해야 하는가? 수행하려면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하며 어떠한 수행법이 있는가? 수행이란 자신을 닦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마음을 닦는 것이다. 이러 저리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마음의 고삐를

   잡아매 마음을 길들이는 것이다.

 

   그러면 왜 닦는가? 깨끗한 본래의 마음이 탐욕, 화, 어리석음의 삼독(三毒)에 의해서

   오염되어 있기 때문이다. 청정한 마음의 번뇌의 티끌에 덮여 있기 때문이다. 그 번뇌를

   걷어내 내 마음 속에 본래부터 자리 잡고 있는 부처의 모습을 찾기 위해 마음을 닦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음을 닦아야 삼독을 제거할 수 있는가? 그것은 부처님 말씀에

   근거하여 마음의 동요를 잠재우고 불성이 자리하고 있는 자신의 내면을 보는 방법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렇게 해서 업장을 소멸하고 폭포수처럼 흐르는 윤회의 흐름을

   끊어버린다. 나를 무겁게 누르고 있던 모든 망상과 착각, 분별의 흔적을 없앤다.

   나 중심으로 바라보던 편견과 억측과 아집을 단칼로 베어내듯 잘라낸다.

 

   그 결과 자신과 세상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되며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복귀하게 된다.

   이러 저리 불어대는 여러 가지 좋고 싫은 순역(順逆)의 경계에 휘둘려 헐떡거리지

   않고 경계에 깨어 있으며 매사에 자기를 반조하고 자기의 중심을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러면 마음이 쉬어지고 여유로우며 편해진다. 세상을 넓고 깊게 보며 함께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지혜가 솟아나고 한없는 자비심이 펼쳐진다. 자기를

   절대 긍정하며 내면에 무한한 생명과 힘을 느끼기에 당당하고 적극적이다. 마음이

   평화롭고 행복하며 두려움이 없다. 절대로 나 자신이나 타인, 그리고 사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위없는 깨달음을 얻어 다시는 물러서지 않는다.

 

   그렇다면 부처님에 대한 믿음을 매개로 하는 기도는 수행의 범주에 들어가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기도 역시 수행에 포함된다. 불교에서 기도의 목적 역시 업장을

   소멸하여 부처님의 가피, 즉 부처님의 생명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생명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은 달리 말해서 내가 부처로 변하는 것이다.

   그것은 중생으로서 윤회의 흐름을 멈출 때 가능하다.

 

   그리고 기도가 진정으로 성취되려면 아상(我相)을 녹여야 한다. 내가 철저히 없어지는

   무아가 되어 부처님의 밝은 빛과 함께할 때 기도는 성취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도

   또한 수행이다. 다만 기도는 그 접근방법이 내 스스로의 힘보다는 부처님의 힘과

   가피에 의지해서 닦아간다는 점에서 자력적(自力的)인 수행과 다를 뿐이다.

 

   엄밀히 나누자면 기도는 타력적(他力的)이고, 수행은 자력적이다. 부처님의 대자

   대비한 힘을 믿고 거기에 절대적으로 의지해서 들어가느냐, 자신이 이미 깨달아

   있음을 긍정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수행해 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나오는 지점은 깨달음이라는 데서 똑같다. 즉 맨 처음 접근방법에서만 차이가

   날 뿐 도달 지점을 둘 다 오직 부처를 이루는데 있다.

 

   기도의 방법으로는 염불 . 주력 . 간경 . 절. 참회 . 사경 . 사불 등을 들 수 있고,

   수행의 방법으로는 이것들을 모두 포함하면서 조사선 . 간화선. 묵조선. 위빠사나.

   대승불교의 여러 가지 관법 수행 . 염불선 등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