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삼법인(三法印) - 존재의 참모습
4. 삼법인(三法印) - 존재의 참모습
부처님은 흙을 조금 손톱 위에 얹어 놓고 그 비구에게 보이면서 말씀하셨다. "비구여, 겨우 이 정도의 물질이라 해도, 이 세상에 항상 존재하여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비구여, 만약 손톱 위에 얹어 놓은 이 정도의 물질에서 항상 존재 하여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내가 가르치는 청정의 행으로 고(苦)를 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구여, 겨우 이 정도의 물질이라도 항상 존재하며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가르침인 청정행을 따른다면 충분히 고를 멸(滅)할 수 있으리라." <증일아함경>팔난품
우주 만유를 관통하는 법칙이 연기법이라면 존재의 실상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삼법인이다. 삼법인(三法印)은 '세 가지 진실한 가르침'이란 뜻이다. '도장 인(印)'자를 쓴 것은 도장이 언제나 똑같이 찍히듯이 부처님의 가르침도 언제나 어디서나 똑같다는 뜻이다. 바꾸어 말하면 삼법인은 불교의 인감도장인 셈이다. 삼법인에는 모든 것이 변한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모든 변하는 것에는 실체가 없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그리고 거기에다 변하는 모든 것은 괴로움을 낳는다는 일체개고 (一切皆苦)를 넣거나 일체개고 대신 모든 괴로움을 없앤 열반적정(涅槃寂靜)을 넣기도 한다. 때로는 이 네 가지를 다 넣어 사법인(四法印)이라 부르기도 한다.
첫째, 제행무상은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한다는 뜻이다. 한때'인생무상'이란 말이 유행어가 된 적이 있는데, 그 때의 무상은'허무하다'는 뜻으로 제행무상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제행무상은 모든 존재의 속성이 항상 그대로 있지 않고 변한다는 점을 강조 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드러나는 존재의 속성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천년만년 죽지 않고 살 것처럼 생각한다. 권세와 명예, 재산도 영원할 것 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하거나 권력가나 재벌가의 몰락을 지켜본 사람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평범한 진리 앞에서 겸허하게 마음을 비운다. 그리고 차분히 모든 사물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자신이 헛된 욕망에 사로 잡혀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잘못된 생각이 바로 전도몽상(顚倒夢想)이다. 모든 것이 영원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버릴 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그 속에서 바르게 사는 길을 알게 된다.
둘째, 제법무아는 모든 변하는 것에는 자아(自我)라는 실체(實體)가 없다는 무아 (無我)의 가르침이다 모든 것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즉 인연 따라 생긴 것은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기 때문에 고정 불변의 실체란 없다.무아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자기 중심적 사고와 아집(我執)이 허망한 것임을 일깨워준다. 무아가 되어 나를 텅 비우고 아집과 소유욕을 버리면 인연으로 형성된 존재의 실상을 깨칠 수 있다. 모든 사람과 사물이 어우러져 더불어 사는 삼라만상의 세계를 깨닫게 되면, 인류의 화합과 평화가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변하는 모든 것은 괴로움이라는 일체개고이다. 즉 무상하기 때문에 괴롭다는 것이다. 세상사는 희로애락이 다 있어 괴로움만 있는 것이 아닌데, 왜 모든 것을 고통이라고 하는가? 그것은 기쁨과 즐거움은 일시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영원할 것이라 믿고 그것에 집착하기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하므로 고정불변의 실체가 없다. 기쁨과 즐거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생은 언제나 자기 중심의 습성에 길들어 있어서 기쁨과 즐거움을 어떻게든 지속시키려고 애쓴다. 진시황이 불로초(不老草)를 구하기 위해 그렇데 발버둥 쳤어도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진시황뿐 아니라 모두가 항상 풍족하고 즐겁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부처님께서는 인간이 가진 이루어지지 않는 욕망을 간파하시고, 모든 것이 괴로움이 라고 설파한신 것이다.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욕망의 불을 끄고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면, 모든 고통이 사라지고 마음은 평안을 구할 수 있다.
마지막은 열반적정이다. 열반은 진리의 구현이다. 무상과 무아의 진리를 완전히 깨쳐 모든 번뇌와 고통의 불을 끈 상태가 바로 열반이다. 열반은 깨달음을 성취하여 모든 번뇌와 욕망, 대립과 고통이 사라진 고요한 평화의 상태를 말한다.
우리 불자들은 삼법인의 가르침을 자신의 생활에 구현하여, 최상의 평화와 대자유인 열반을 향해 부지런히 정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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